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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EveryDay)

직장 때려치우면 뭐 먹고 살지?

by 날으는물고기 2010. 7. 15.

직장 때려치우면 뭐 먹고 살지?

추천해 드리는 방법은 필자처럼 농촌으로 와서 농사지으며 사시라는 것입니다.

농부가 되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물론 제게는 분명히 좋은 점인데도 여러분들에게는 나쁜 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신들이 지금 갖고 있는 엄청나게 유리한 점들을 활용은커녕 알아채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하물며 아래의 열거된 장점에 대하여 동의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대로 열 가지만 소개합니다.

 

첫째로는 아침마다 저를 깨우던 알람이나 아파트의 차량소음대신 새와 개와 개구리, 닭 등이 저를 깨웁니다. 기계음과 자연음이 정서에 주는 차이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둘째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 일하는 시간, 주말과 평일 등의 개념은 제가 정합니다. 몸이 아프면 더 자도 됩니다. 상사도 없고 근로규정도 없고 러시아워가 없으니 늦게 일어나는 대신 뙤약볕에서 일을 더 한다는 각오만 한다면야 상관할 것 없습니다.

 

셋째는 어지간한 면 단위의 농촌에는 흔한 마트도 없고 당연히 영화관도 없고 외식체인점 따위도 없습니다. 돈을 싸 갖고 가도 돈 쓸만한 곳이 없습니다. 가계지출이 저절로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 가끔 차량을 가지고 외출을 하면 도로가 한적합니다.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을 보면 반갑기까지 합니다.

 

넷째는 하루 종일 아내와 찰싹 붙어있게 됩니다. 사랑하는 부부인데 돈 번답시고 직장에 하루의 절반이상을 빼앗겨서 이별할 일이 없다는 점은 분명 최고의 장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동거할 뿐인 부부라면 귀농까지 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되겠네요. 뭐 생각하기 나름이므로, 혼자만 귀농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습디다.

 

다섯째는 저와 가족이 먹을 농작물을 제가 키운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수확량보다는 건강하고 안전한 재배에 역점을 두어 공부하고 적용합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한한 기쁨과 보람을 줍니다.

 

여섯째는 제 추측컨대 10년 이내에 다가올 온갖 문명의 위기 (에너지, 식량, 질병, 환경 등) 에 대해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필자보다 더욱 오지 산골마을에서 사는 어느 지인가족의 경우에는 전기, 통신, 석유 따위가 없어도 생존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18년 전 도시에서 엘리트로 살다가 귀농한 그들은 11~2월까지만 火木난방을 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식수, 목욕, 농업용수 등을 해결합니다.  처음에 서울에서 싸가지고 온 옷과 신발 등을 고쳐 입으면서도, 아직도 갖고 있는 옷가지 등만으로도 죽을 때까지는 입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주거형태는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흙과 나무로 지은 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분에게도 부작용이 있더군요. 모처럼 서울에 왔다가 D도넛을 먹게 되었는데, 그거 한 개 먹고 20일간 장염을 앓았다고 하더군요. 너무 청정한 환경도 문제가 되는가 봅니다. ^^;;

 

일곱째로 농촌은 먹거리가 풍부합니다. 저는 아직은 심기만 한 상태라서 먹을만한 것들이 가을쯤은 되어야 생길 줄 알았지만, 이웃 어르신들이 지난 해에 심은 마늘, 양파 등을 요즈음 수확하셨다면서 이 마을에 아무것도 해드린 것도 없는 필자에게 이웃이랍시고 그 아까운 것들을 거리낌없이 싸주시기도 합니다. 상추나 시금치 같은 채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엊그제는 옆집에서 3월에 심었던 햇감자를 캤다면서 한 소쿠리를 갖다 주시더군요. 조금 전에 막 캔 감자 삶아먹는 맛이 어떤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울꺽~)

 

여덟째는 도시와는 다른 따뜻한 공동체적 삶을 살수 있습니다. 도시의 공동주택은 무늬만 공동이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로 살다가 이사 가고, 집값 올릴 때는 똘똘 뭉치는 소위 따로 또 같이이웃입니다만, 농촌은 옆집에 몇 살 먹은 누가 몇 명이 사는지, 누가 아픈지 훤할 뿐만 아니라 그 집 자식들은 뭘 하는지, 밭에 뭘 얼마만큼 심었는지, 지난달 전기료는 얼마인지, 읍내에 무슨 소식이 돌고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프라이버시문제에 대해서 민감하던 필자도 이런 농촌의 경계 없는 관심에 대하여 프라이버시가 불필요하게 여겨지더군요. 누가 갑자기 집에 찾아오거나 말거나 다른 이웃들처럼 매일 대문을 열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아홉째,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40~50대가 새로 농사짓겠다고 오면 총애(?)를 받게 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이곳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다고 합니다만, 농촌은 방송에서 떠들어대던 것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합니다.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다들 모이면 제 옆집에 사시는 66세의 어르신조차 귀여움을 받는다고 하네요. 하물며 저 같은 경우는 무슨 짓을 해도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용서가 됩니다. 그야말로 인사만 잘하면 90점은 먹고 들어가는 곳이 농촌인 것 같습니다.

 

열번째로 어설프나마 제가 시도하려는 자칭 유기생명농법를 한다면 우리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땅에서 나고 땅으로 돌아감을 구체적으로 깨우치게 됩니다. 그렇게 되니 우리인간들도 자연스레 자연과 한 몸임을 알게 되고 다른 모든 생명 하나하나에 대한 고귀함을 알게 됩니다. 당연히 땅에서 자란 쌀 한 톨에도 감사하게 되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것보다 더 가치 있는 교육이 또 있을까요?

 

열 가지 장점 외에도 예닐곱 가지 장점이 더 떠오릅니다만, 이렇듯 농촌에서 살면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해 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기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농촌에서 농부의 삶을 고려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물론 돈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체적으로 농사는 좋은 직업이 아닙니다. 귀농 7년 차인 지인의 경우 1헥타르(3천평)의 땅에서 1년 내내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유기농법으로 일해도 소출기준으로 2,000만원도 나오기 힘듭니다. 운 좋게 특용작물이나 시설원예 따위로 억대연봉 어쩌고 소문난 사람을 들여다보면 열에 아홉 이상은 뒷구멍으로 빚진 돈이 수억이거나, 1~2년 단기적으로만 그 정도 매출일 뿐입니다.

 

이렇듯 돈(문명)의 관점에서 벗어나버리면 정년도 없고, 자율적이며, 건강문제까지도 해결되는 농사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고, ‘농부만큼 자랑스러운 직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재테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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