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DDos 공격 특징은 ?
7일 저녁 청와대와 국회 등 주요 정부기관사이트와 일부 포털 등 국내 11개 사이트를 공격해 접속장애를 일으킨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DoS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특정 서버에 한꺼번에 보내 부하가 걸리도록 해 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일종의 해킹 방식이다.
정보시스템의 데이터나 자원을 정당한 사용자가 적절한 대기 시간 내에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로 주로 시스템에 과도한 부하를 일으켜 정보 시스템의 사용을 방해한다.
DDoS는 표적이 된 사이트에 계속 접속할 수 있는 바이러스성 프로그램을 유포시켜 이 프로그램에 감염된 PC, 이른바 좀비PC는 표적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접속하게 된다.이번 DDoS 공격은 25개 사이트를 공격하도록 설계된 악성코드가 각 개인의 PC에심어진 뒤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격 리스트가 처음부터 설정됐던 것이다.
25개 사이트중 국내 것은 청와대, 국회, 국방부, 한나라당, 조선일보, 외교통상부, 옥션, 농협, 신한은행, 외환은행, 네이버 등 11개이고 그외 나머지는 백악관 등해외 사이트이다.
중간 명령제어 서버가 좀비PC에 특정 사이트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린 뒤 이뤄지는 일반적인 DDoS 공격 방식과는 다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관계자는 "애초 특정 사이트에 대한 공격 명령이 악성코드에 심어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요 기관의 경우 DDoS 공격에 대한 방어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공격에서는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보안 전문가는 "방어장비가 있더라도 공격을 쉽사리 막기는 어렵다"면서 "장비도 중요하지만 운영자가 효율적으로 공격을 분산시켜 방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DDoS 공격으로 인터넷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를 복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각 PC에 심어진 악성코드가 치료되기 전까지는 공격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격의 경우 좀비PC가 1만대 정도로 추정되는데, 각 개인이 PC를 치료하기 전까지는 통신사업자가 IP가 파악된 좀비PC의 인터넷접속을 차단하는 방법밖에는 공격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
한편 DDoS는 2000년 2월 아마존, 이베이, 야후 등 전자상거래 관련 사이트들이 DDoS(Distributed Denial of Service)의 공격을 받아 운영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1년 7월에는 윈도2000과 윈도NT 서버를 경유해 미국 백악관의 사이트를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방법으로 마비시키는 웜바이러스 `코드레드'의 변종인 `코드레드Ⅱ가 등장해 전 세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코드레드 바이러스는 발견된 지 보름 만에 전 세계적으로 30만대의 시스템을 감염시켰으며 원형과 변종 코드레드의 피해를 본 국내 시스템도 최소 3만여대에 이르렀다.
2003년 1월에는 DDoS가 KT 전화국 DNS 서버를 공격해 공격 2시간 만에 일부 전화국 서버 접속 성공률을 10%로 하락시킨 뒤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다른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들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무선인터넷 사업자들의 망에도 트래픽 증가를 유발시켜 사실상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었다.
2007년 2월에는 전 세계 13개 루트 DNS서버가 해커들의 DDoS 공격을 받았는데 국내 PC가 주요 공격 경유지로 파악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불붙는 글로벌 사이버 전쟁
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관 홈페이지가 7일 저녁 해커들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아 한동안 다운되거나 접속장애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글로벌 사이버 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방송통신위와 인터넷업계 등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실세계에서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지 60년이 넘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세계에서는 `사이버 세작(細作.스파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요국 정부가 발달된 정보기술(IT)을 무기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해킹이란 사이버 공격에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첨단 보안시스템의 대명사인 미 펜타곤은 이미 '해커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8년 미 정부 컴퓨터망에 대한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은 5천488건으로 2007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
요즘은 개별 해커가 아니라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 중인 중국이 해킹의 배후로 등장하는 일도 잦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선거캠프의 컴퓨터가 유세 기간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에 의해 뚫렸다. 최근에는 백악관 이메일 시스템도 해킹을 당했는데 배후로 중국이 의심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해킹 안전지대는 아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대만 출신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작성한 '2009년도 정부 업무 보고서' 초안을 복제해 갔다"고 보도했다. 물밑에서 서방세계의 중국에 대한 역공도 거세게 이뤄지는 것이다.
실생활과 밀접한 사이버 해킹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한 해킹 사이트에는 "한국 계좌 빌려드립니다","주민번호 대량 판매" 등의 제목을 단 글에 개인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판매금액이 명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해킹 가능한 분 고수익보장합니다"며 청부해커를 고용한다는 게시물까지 올라와 있을 지경이다.
인터넷 보안 전문가들은 몇 해 전부터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한 악성코드(바이러스, 웜, 트로이목마 등 컴퓨터에 잠입하는 불법 프로그램) 유포가 급증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계좌, 신용카드 정보 등 개인정보를 사이버 블랙마켓(암시장)에서 팔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서비스로서의 크라임 웨어(범죄 소프트웨어)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이버 블랙마켓에 대해 보도했다. 원하기만 하면 해킹 서비스를 언제나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신종 해킹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대응방법에도 비상이 걸리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해킹으로 인한 웹사이트 변조와 악성코드 유포 위협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SQL 인젝션(injection)' 등 각종 해킹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각종 해킹 공격 프로그램들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어 정부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황중연)은 최근 중국 해커들이 약 10만 건의 SQL 인젝션 공격을 시도했으며, 공격대상 중 한국 내 사이트가 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SQL 인젝션 공격은 웹페이지의 로그인 창 등에 SQL(DB를 관리하기 위한 질의어)구문을 넣어 정당한 사용자로 속여 DB(데이터베이스)의 정보를 빼내는 해킹 수법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보안 프로세스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환해 웹사이트들의 전반적인 보안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인터넷 트래픽 모니터링 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정보보호도 소방점검을 하듯이 점검기준을 만들어 점검해야 한다"며 "해킹과 악성코드를 적발, 판정해 해당 사이트 관리자에게 통보하고 조치를 취하는 절차가 더 빠르게 처리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윤종석 기자 이광빈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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