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반도체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더 이상 “스마트폰/PC 수요 회복”이 아닙니다. 시장의 중심은 AI로 이동했고, AI는 반도체 업황을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중기 CAPEX(설비투자) 사이클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지표가 바로 ASML의 수주(booking)와 실적입니다. ASML은 세계 최첨단 공정에 필수인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이제는 차세대 공정으로 가는 관문인 High NA EUV까지 상용화 단계에 올려놓았습니다.
시대 흐름: “AI 수요”는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가?
(1) 수요의 출발점: 클라우드 빅테크(CSP)의 CAPEX
AI 수요는 소비자 기기 판매처럼 단기 변동성이 큰 수요가 아니라, Microsoft/Amazon/Alphabet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인프라로’ 확장하면서 발생합니다.
- AI 학습/추론을 위해 GPU/가속기 서버가 늘고
- 전력·냉각·네트워크까지 동반 증설되며
- 그 결과 AI용 반도체(로직 + 메모리)가 “장기적으로 계속 필요”해집니다.
이건 “유행”보다 “인프라 투자”에 가까운 성격이라, 반도체 제조사들도 설비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잡기 시작합니다.
(2) AI 반도체의 특징: “미세공정 강제” + “리소그래피 강도 증가”
AI 가속기 경쟁은 결국 다음을 강제합니다.
- 더 높은 연산 밀도(면적당 연산량)
- 더 좋은 전력 효율(성능/Watt)
- 더 높은 패키징/인터커넥트 요구
이를 위해 공정은 2nm 이하로 더 전진하고, 이 구간은 사실상 EUV가 필수인 영역입니다.
산업 구조: 왜 ASML이 “AI 인프라의 병목”이 되는가?
(1) EUV는 ‘선택’이 아니라 ‘관문’
최첨단 로직 공정에서 EUV는 “있으면 좋은 장비”가 아니라 없으면 못 만드는 장비입니다.
그래서 ASML의 수주는 단순 기업 실적이 아니라, 업계의 실제 설비투자 의지를 반영하는 지표가 됩니다.
(2) High NA EUV의 의미: “다음 세대 공정으로 가는 열쇠”
High NA EUV는 기존 EUV보다 더 높은 해상도로 더 미세한 패턴을 구현하기 위한 차세대 장비입니다.
대당 가격은 약 3.8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기존 EUV보다 훨씬 비쌈), 이 장비가 고객 현장에서 상용화/양산 투입 단계로 가면 “차세대 노드로 이동”이 현실이 됩니다.
ASML 실적이 증명한 것: “AI가 CAPEX를 실제로 당기고 있다”
ASML이 발표한 2025년 실적/수주 핵심 수치는 아래 흐름을 매우 강하게 보여줍니다.
(1) 2025년 ‘사상 최고’ 실적
- 2025년 연간 순매출 327억 유로, 순이익 96억 유로(둘 다 최고치)
- 4분기 매출 97억 유로, 매출총이익률 52.2%
- 주문 잔고(backlog) 연말 기준 388억 유로
여기서 중요한 건 “매출이 늘었다”보다, 마진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고, 백로그가 매우 두텁다는 점입니다. 이는 업황 변동에도 실적 가시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2) 4분기 ‘사상 최대’ 수주(booking) — 핵심은 EUV
- 4분기 순수주 132억 유로, 이 중 EUV가 74억 유로
EUV가 수주의 큰 축이라는 건, 반도체 제조사들이 “첨단 공정 확대”를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즉, AI는 기대가 아니라 설비투자 결정을 바꾸는 변수가 된 상태입니다.
(3) CEO 코멘트의 핵심: 고객들의 ‘중기’ 확신
경영진은 고객들이 중기 시장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설비 계획 확대에 반영됐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전망: 2026 가이던스는 “성장 지속 + 마진 방어”를 동시에 말한다
ASML은 2026년 전망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2026년 순매출 340억~390억 유로(최대 19% 성장 범위)
- 매출총이익률 51%~53%(고마진 유지)
여기서 포인트는 “성장”만이 아니라 ‘마진을 크게 훼손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독점/과점적 지위, 공급 제약, 고부가 제품(EUV·High NA) 비중 확대가 결합되면 가능한 그림입니다.
주주환원: “장기 확신”의 또 다른 표현
ASML은 실적 자신감을 주주환원 정책으로도 드러냈습니다.
- 최대 120억 유로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2028년 12월 31일까지)
- 2025년 배당금 제안 주당 7.50유로(17% 인상)
R&D와 공급망 투자가 큰 산업에서 이렇게 강한 환원책이 나오면, 시장은 보통 이를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기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합니다.
이 모든 걸 한 문장으로 묶으면?
AI는 클라우드 CAPEX를 키우고, 클라우드 CAPEX는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를 강제하며,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는 EUV/High NA EUV를 ‘필수 인프라’로 만들고,
그 병목을 쥔 ASML의 수주와 실적이 그 흐름을 가장 먼저 증명한다.
“AI 반도체 붐”이 곧 “공급망/제조 보안 이슈”인 이유
(1) 지정학/수출통제 리스크는 계속된다
ASML은 네덜란드/미국 정책 환경과 수출통제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즉, “수요가 있어도 공급/납품이 정책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2) 제조(OT)·장비 생태계가 공격면이 된다
EUV/High NA 장비가 들어가는 팹은 그 자체가 국가·기업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 랜섬웨어/파괴형 공격(생산 중단)
- 협력사 경로 침투(공급망 공격)
- 원격 유지보수 채널 악용
- 내부자에 의한 기술 유출
같은 위협이 “현실적인 타깃”이 됩니다.
(3) 실무 체크포인트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AI 인프라 확장”을 볼 때 점검할 항목을 간단히 구조화하면
- 공급망 단일 병목 리스크
- 핵심 장비/부품 단일벤더 의존도
- 리드타임 급증 시 사업 영향(대체 시나리오/완충재고/계약 조건)
- 원격접속·협력사 접근 통제
- 장비 벤더/협력사 접근 경로(계정, MFA, 세션기록, 점프서버)
- 유지보수용 네트워크 분리 및 세분화(OT/IT 경계)
- 생산중단(BCP) 관점
- 장비 장애/공급 중단 시 우회 프로세스
- 복구 목표(RTO/RPO) 정의
- 기술 유출/내부자 통제
- 설계/공정/레시피 관련 데이터 접근 통제
- 다운로드·반출·클라우드 동기화 통제
- 규제/정책 변화 모니터링
- 수출통제·제재·국가정책 변화가 공급/납품/운영에 주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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